Saturday, July 5, 2014

캠핑카와 가스

우리가 빌린 캠핑카는 2개의 가스통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종류였다. 아마 4인 이하의 인원을 위한 보통의 캠핑카는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우리 캠핑카에도 11리터 가스통 2개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하나는 현재 캠핑카와 연결되어 에너지를 공급하고, 다른 하나는 현재 연결된 가스통의 가스를 전부 사용했을 때 교체용으로 사용된다. 가스는 캠핑카의 난방과 가스 렌지의 가스 공급, 그리고 정차시 냉장고를 위해 사용된다. 참고로 캠핑카는 주행과는 무관한 별도의 배터리를 하나 더 가지고 있어, 주행 중에는 이 배터리를 통해 냉장고의 온도를 유지하고, 정차시에는 가스로 냉장고의 온도를 유지한다. 물론 수동으로 주행 중에도 냉장고를 가스로 돌릴 수는 있지만... 굳이? 자동 모드로 설정하면 알아서 필요에 따라 적당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니 별 신경쓸 필요는 없다.

우리는 겨울에 캠핑을 했기 때문에 온수 뿐 아니라 난방도 해야해서 가스 사용량이 많았다. 전기장판을 가지고 간 덕에 캠핑장에서 잘 때는 난방을 약하게 해도 충분했지만, 노숙을 할 때는 난방을 잘 해야 했고 이는 가스 사용량의 증가로 이어졌다. 대략 1주일에 1개의 가스 통을 사용한 것 같은데, 노숙을 많이 하면 1주일도 못가기도 했다. (굳이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는 캠핑카 여행에서는 노숙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꼭 해보시길)

우리의 여행 계획은 사실상 영국이 첫번째 관광지였고, 영국에 진입하기 전에 독일과 프랑스의 몇몇 명소를 들리는 것이었다. 프랑스에 진입하는 날 첫번째 가스통이 떨어졌고, 우리는 보이는 주유소마다 들어가서 가스통 충전이 가능한지 물었었다. 맥렌트에서 가스통 충전이 어렵지 않고, 정 못찾으면 딜러나 맥렌트의 다른 지점을 방문하면 가능하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스통 충전은 해주지 않았다. 가스통을 가지고 있는 주유소는 대게 가스통을 '교환'만 하지, 빈 가스통을 '충전' 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주유소마다 취급하는 가스통의 종류가 다른데, 독일 가스통은 대부분 취급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알고서 우선 영국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이라 딜러샵도 대부분 쉬는 중이었기에, 우선 영국에 가서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 영국 주유소도 대부분 가스통을 교환만 하지 충전은 해주지 않았다. 여기서 심하게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빌린 차량은 가스통의 잔량 상태가 조회되지 않는 모델이었다. 따라서 가스통을 흔들어보는 것 외에는 잔량 확인이 불가능 한데.... 불안해서 그런지 자꾸 가스가 별로 남아있지 않아 보였다.

문제가 더욱 심각했던 것은, 영국/프랑스/독일의 가스통 어답터 모두 규격이 서로 다르다. 영국은 아예 생긴 것 자체가 달라서 연결이 불가능하고, 프랑스와 독일은 같아 보이지만... 전부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의 경우 지름은 같지만 길이가 달랐다. 그래서 프랑스 가스통을 독일 캠핑카에 연결하면 완벽하게 연결되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가스가 샌다는 뜻이다. ㅠ


독일과 영국의 가스 어답터. 미리미리 준비합시다

우리는 딜러샵이 문을 연다는 날까지 최대한 가스를 아끼면서 살아야 했고, 딜러가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서 영국용 가스 어답터를 구매했다. (딜러 샵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ㅠ) 그리고 가스통을 구매하러 갔는데, 보통의 주유소에서는 가스통을 '교환'만 하지 '판매'하지는 않았다. 가스통을 판매하는 곳은 따로 있었고, 안전과 관련한 일종의 양식을 작성하고 가스통에 대한 보증금 (이건 영국과 프랑스가 동일했는데, 영국은 몇 만원 이상 했던 것 같고, 프랑스는 만원도 안했던 것 같다.) 을 지불하면 가스통을 살 수 있다.

이렇게 가스통을 사서 영국 가스통을 차에 연결하고, 독일 가스통 중 빈 통을 트렁크에 놓고 돌아다니다가, 영국 가스통이 떨어지면 주유소에서 교환하면서 지냈다. 사실 계획은 영국을 떠나기 직전에 가스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었는데... 반납을 위해 돌아다니는 시간이 아까워 눈물을 머금고 그냥 들고 돌아왔다. 가스통은 맥렌트에 가볍게 기부. ㅠ

프랑스에서도 결국 똑같은 일을 했는데, 가스 어답터를 사지는 않았다. 월요일에 딜러샵에 갈 예정으로 기다리리는 중 장을 보러 까르푸에 간 김에 잘 찾아보니 가스 어답터에 맞는 고무링을 팔고 있었다. 운 좋게도 가스 어답터에 연결하여 시험해보니 다행히 가스가 새지는 않아 그렇게 돌아다녔지만, 며칠 동안은 불안해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가스가 새는지 확인을 했었다. 속편하게 처음부터 가스 어답터를 샀다면... ㅠ 이렇게 영국과 프랑스의 가스통을 맥렌트에 기부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가스통. Compact Plus에는 11kg 정도 되는 가스통이 들어있는데,
대략 13kg 정도까지의 가스통은 차량에 장착이 가능하다. 그 이상은 힘들듯.
영국에서는 Calor 가스를 사용했고, 프랑스에서는 TotalGaz를 사용했다.

결론은, 캠핑카로 출발 전에 방문 예정인 국가의 가스 어답터를 모두 사도록 하자. 개당 몇 만원씩 하겠지만, 어차피 큰 돈 써서 여행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리 사두는게 훨씬 속편하다. 여행와서 가스 때문에 고생하고, 하루 이틀 허비하는 것이 훨씬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한달

독일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다. 한달 동안 느낀 것들은...

1. 8시간만 일하면 집에 간다기 보다는, 8시간 안에 주어진 일을 마쳐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야근을 하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없지만, 자기 일을 마치지 못하면 능력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근무 시간에 집중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2. 주당 40시간 일하게 되는데, 하루에 8시간을 반드시 근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일정에 따라 유연하게 맞출 수 있는데, 이건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것 같다.
3. 빨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빠르게 지저분한 코드를 만드는 것은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 차라리 조금 더 걸리더라도 좋은 코드를 만드는 것이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다.
4. 자기 일만 잘하면 된다는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업무상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잘 도울 수 있는 능력과 도움을 받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실 이제 2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슷하게 느끼고 있어서 그냥 포스팅~

Friday, July 4, 2014

직장구하기 ... 세번째. 이력서와 레퍼런스, 지원

학교 다닐 때 교수님 중 한 분이 정기적으로 CV를 업데이트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을 쉽게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는데, 덕분에 그간 작성했던 이력서를 약간 업데이트만 하면 되었다.

어떻게 이력서를 써야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여기저기 찾아본 결과, 한국에서 작성했던 것 처럼 프로젝트 이름과 역할만 나열하는 이력서는 도움이 안 될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이력서는 크게 다음 3부분으로 나눠 작성했다.

1. 보유 스킬
 - 사용할 줄 아는 프로그래밍 언어 및 프레임워크, 개발 도구, 프로젝트 관리 도구, 개발 방법론 등
2. 프로젝트
 - 프로젝트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고, 직접 사용한 기술을 다시 한 줄로 요약했다. 그 이후에는 프로젝트 별로 3, 4줄로 프로젝트에서 내가 수행한 부분을 서술했다.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에서 한 내용이 아니라 내가 한 내용을 적었다는 점이다.
3. 학력
 - 석사 연구 주제 및 논문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했는데, 결국 프로젝트 하나의 길이 정도로 정리되었다.

독일 사이트를 이리저리 찾아보니 이력서에 사진을 넣는 것이 좋다는 말이 많이 있었다. 솔직히 반신반의 했지만, 그냥 넣어보기로 하고 우측 상단에 사진을 한장 넣었다. 또한 외국인에 영어로 이력서를 작성하다보니, 외국에 있는 것으로 생각할까봐 독일 선불 유심카드를 사서 독일 번호를 이력서에 넣었다. 메일 연락 없이 바로 전화부터 오는 경우도 있었고, 메일로 답변이 와도 독일 번호가 있는데 독일에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 독일 번호를 넣었던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레퍼런스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추천서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영어로도 reference 라고 부르기 때문에 추천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지 모르겠어서... 나의 경우는 이전 직장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레퍼런스를 받을 수 있어서 별 문제가 없었다. 직속 상사에게 받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영어나 기타 다른 문제가 있다면 선배에게 부탁해도 괜찮을 것 같지만,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력서와 레퍼런스가 준비되어도 생각할 것들이 있다. 나의 경우 적어도 절반 이상의 회사에서 근무 시작 가능일과 기대하는 급여를 물어본 것 같다. 근무 시작 가능일이야 직장이 없는 경우 큰 문제가 없겠지만, 급여는 고민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나는 대략 다음의 사이트를 보면서 생활비를 산출하고, 원하는 세후 연봉을 계산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세전 연봉을 계산했다.


모든 것이 완료되면 지원을 하게 되는데, 회사 지원 양식을 활용하든 이메일로 지원하든 커버 레터를 작성하게 된다. 반드시 작성해야하는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로 치면 자기소개서 정도 되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잘 작성하는 것이 필수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대로 회사마다 그 회사에 적합한 내용으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정말 스트레스가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직장 구하기 ... 두번째. 비자

현재 유럽에서 경제 사정이 가장 좋은 나라 중 하나가 독일이다. 내부적으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여전히 유럽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비롯해 다양한 지표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경제 상황이 좋은 만큼 현재는 일자리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독일은 2012년 부터 EU 블루카드 제도를 도입하여 고급 인력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급 인력이라는 단어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사실 대학을 졸업하면 고급 인력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다. 독일은 한국에 비해 대학을 가는 비율이 훨씬 적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U 블루카드는 이미 많은 곳에서 설명을 하고 있으니 간략하게 말하면, 대졸 이상의 고급 인력이 EU 국가에 취업할 경우 발급이 가능한 카드로, 발급 조건 등의 세부 사항은 각 국가별로 다르게 정할 수 있다. 즉 어떤 나라에서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발급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발급을 전혀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독일은 2012년 부터 블루카드 제도를 적극 도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구직 활동을 했는데, 독일에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부족하여 (!)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더 쉽게 블루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프로세스 중 공무원이 더 쉽게 인정해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계약 연봉이 적더라도 블루카드 발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유리한 부분이다. 다른 직군은 4만 유로 중반 이상의 연봉을 받아야만 블루카드 발급이 가능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비롯한 부족 직업군은 3만 유로 후반의 연봉으로도 블루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저임금에 고용이 될 수도 있으니 이건 장단점이 함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더 블루카드가 좋게 느껴지는 부분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블루카드 발급이 쉽다는 것을 알고 있어 외국인에게 인터뷰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서 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구직 사이트에서 지원서를 작성하던 중 스위스 회사의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한 적이 있었는데, 스위스는 블루카드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는지 국적을 확인한 이후 어렵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스위스 혹은 EU 에서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그 외의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는데, 너무 번거로울 뿐 아니라 관련 요건을 채우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어 채용이 어렵다고 한다.

구직을 위해 독일에 들어온다면 장기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은 무비자로 90일을 체류할 수 있지만, 90일은 약간 애매모호한 기간으로 생각된다. 90일 안에 직장을 구하 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채용 결정 이후 비자 발급을 위해 걸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90일은 짧은 감이 있는 것 같다. 현재 독일은 대졸자에 한해 구직을 위해 6개월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주고 있다고 하니, 이를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혹은 조금 비용이 들겠지만 어학 비자를 통해 들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비교적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많은 독일이고, 영어 만으로 채용이 가능한 회사도 있지만, 약간이라도 독일어를 할 수 있다면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기왕 큰 마음 먹고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을 찾아 큰 모험을 하게 되었으니, 어학을 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회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만일 아직 만 30세 이전이라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꼭 어릴 때 나와서 개발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Thursday, July 3, 2014

직장 구하기 ... 첫번째. 시작

정확히 12월 19일에 독일에 도착해서, 며칠 독일에 머물다 프랑스로 넘어갔었고, 다시 독일로 돌아온 것은 2월 1일이었다. 2월 1일부터 프랑크푸르트의 조그마한 집을 임대해서 머물렀는데, 캠핑카 반납은 2월 5일이었기 때문에 잠시 밤베르크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었으니 결국 최종적으로 여행을 마무리 한 것은 2월 5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때부터는 생활의 컨셉트를 약간 바꿔서, 독일의 주요 도시에 한달씩 머물면서 주변 도시 탐방 및 지원서 작성을 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5월부터 일하게 되어, 총 3개의 도시에 머문 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며칠 정도 짐 정리도 하고 세팅도 한 이후 지원서를 내기 시작했고, 지금 일하는 회사도 이 즈음에 지원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메일로 지원을 하든, 회사 양식을 채워서 지원을 하든, 기계가 만든 것이 아닌 사람이 작성하는 메일을 받으려면 최소 2, 3일, 보통은 1, 2주, 길게는 그 이상도 걸리는 것 같다. 이후 다시 이야기를 하겠지만, 지금 회사에 처음 지원한 시점부터 최종 오퍼를 받기까지 약 2달 정도 걸린 것 같다.


Job Description 은 Monster (www.monster.de) 와 StepStone (www.stepstone.de) 에서 주로 참고했다. 대부분의 경우 Job Description 이 독일어로 되어 있는데, 크롬을 통해 구글 번역으로 페이지를 보며 지원했다. 나는 독일어를 못하니 영어로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작성했는데, Job Description 에는 영어에 능통할 것으로 되어 있어도 독일어는 기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사실 Job Description 이 독일어이니, 당연한 이야기 일지도) 지원한 이후 독일어를 못하면 채용이 불가능하다는 메일을 많이 받았다. 생각해보면 독일에서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독일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일에서 일 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블루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체류 가능한 사람도 아니니, 회사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장애물인 비자 문제가 비교적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는 인터뷰 기회를 얻기가 용이한 것 같다.

유럽으로

2013년 11월 30일. 회사를 나왔다. 5년 넘게 한국에서 일하면서 답답하게 느낀 부분도 많았지만, 인터넷으로, 또 지인을 통해 주워 들었던 외국 개발자 생활에 대한 동경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SW 개발자로 일하면서 접하게 되는 많은 사례들과 성과들을 보면서 '정말 재미있는' 일을 '정말 재미없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주변의 상사/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록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애가 없는 지금이 한번 질러보기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하게 회사를 잘 다니던 아내를 꼬셔서 유럽으로 가기로 하고, 회사를 나왔다.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고, 회사에 이야기 하고, 등등 사실 한 일이 많아보이지만, 돌아보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온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냥 커다란 여행용 가방 2개와 작은 가방 2개에 옷가지만 대충 챙겨서 회사를 그만둔지 3주도 안되어 출국했다.


미국으로 갈까 유럽으로 갈까 고민을 했었는데,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을 택했다. 현실적인 이유가 선호도가 적절하게 섞인 결과였는데, 현재 상황이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비자 받기가 수월하다는 것과, 문화적인 풍족이나 인간적인 삶, 안전 등은 유럽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였다. 휴가를 받아 여행을 다녀도 유럽이 더 매력적이기도 하고.


우선 지난 5년 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며, 여행을 먼저 하기로 하고,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자마자 캠핑카를 빌렸다. 45일간. 그렇게, 시작되었다.